본문 바로가기

아내

(52)
황혼 부부 권태기도 아닙니다. 사랑이 식은 것도 아닙니다. 화가 난 것도 아닙니다. 싸운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 부부는 하루 종일 한 두 마디밖에 안 했습니다. 그냥 그것이 전부입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앉아 있어도 우리는 서운하지 않습니다. 나는 아내의 마음 속에 기대어 있고 아내는 내 마음속에 편안히 누워 있습니다. 더 이상의 무엇이 필요한가요?
어느 '도둑놈'씨 때문에... "여보! 요즘 나 많이 늙어 보이지?" 아내는 밥을 먹다 말고 식탁에 수저를 내려놓더니 불쑥 나에게 묻는다. 엉?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난데없이 왜 이런 질문을 할까? 뭐라고 대답해야지? 아~! 뭐라고 대답해야지? "왜 늙는 게 싫어?" "나보다는 젊어 보이는데" "늙다니? 어떤 놈이 그래?" 나는 대답 대신에 아내에게 지청구만 마구 던졌다. 아내는 지지않고 다시 묻는다. "아직도 몰라? 어느 '도둑놈'씨 때문이잖아" "엉???" 순간 내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올랐다. 왜 달아 오를 까? 왜 달아 오를 까?
나는 남편, 당신은 아내 '나는 남편, 당신은 아내' 이 딴거 무시하고 우리는 그냥 하는 거야. 50년이 지난 오늘. 나는 피식 웃었다. 아내도 피식 웃는다. 우리는 왜 웃었을까?
이제 막 결혼식을 끝낸 부부의 자화상 이제 막 결혼식 행사를 끝내고 아내와 함께 팔짱을 끼고 퇴장하는 남자는 옆에 있는 아내의 얼굴을 힐끗 돌아보고는 기겁을 했다. 아내는 ‘악녀’의 얼굴로 변해 미소 짓고 있었다. "히히히... 내 남자야! 이제부터는 내 마음대로 너를 요리할 수 있어. 부디 내 명령에 항명하지 말고 무조건 따라야 해. 나는 항상 네 위에 군림하는 여왕이니까" 아내, 아니 악녀의 미소 뒤에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순간 남자는 고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남자의 고민은 1년, 아니, 10년, 20년이 지나 5, 60년의 무수한 세월이 지났어도 변치 않고 그대로 계속되었다. 때로는 울컥하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대들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백전백패였다. 남자는 어쩌면 세상 끝나는 날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도 모른다고 생각..
구멍난 청바지 "어울리네!" 아내가 말한다. "딱이야!" 딸내미가 말했다. 여든한 살의 나는 낄낄 웃었다.
정치꾼들아! "이번 설에는 내려오지 마라!" 같은 일산 지역에 사는 아이들에게 '코로나' 놈 때문에 둘이서만 사는 부모 집에 오지 말라고 말할 순 없다. 평소에도 수시로 들랑날랑했었으니까. 그래서 떡국이래도 끓여야 하지 않겠냐고 아내는 설 전날에 나(짐꾼)를 앞세워 하나로마트에 왔다. 그 넓은 주차장엔 차들로 꽉 차있어 주차하느라 한참을 헤맸다. 꽉 차 있는 건 마트안에 인파들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 간 거리두기? 과연 지침이 지켜졌을까? "젠장~!" 집값만 오르는 게 아니다. 모든 물가가 입이 쩍 벌어지게 올라있다. 우리 같은 돈벌이 하나 없는 백수는 어찌 살라고 이 모양이냐? "세상에 계란 30구에 9천 원이 넘다니? 얼마 전에 6천 원이었는데... 도대체 이넘의 정치를 어떻게 하는 거야? 너희들이 잘한다고 ..
아내의 찰밥 수영, 아쿠아, 필라테스, 등등... 운동 없으면 자신의 인생도 없다고 입버릇처럼 되뇌던 아내도 '코로나 19'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벌써 1년째 발목이 묶여 집콕으로 그 많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화가 안돼!" "살쪄 미치겠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매일 투정으로 노래를 부르던 아내가 어제 식탁에 불쑥 내놓은 '찰밥'이다. "와아~! 이것을 자기가 만들었단 말이지? 어떻게 이런 별미도 만들 줄 알았어? 사서 먹는 것보담 훨 더 맛있는데?" 아내는 눈을 흘기면서 입을 삐죽거린다. "정말 맛있다니까! 우리 이참에 찰밥 만들어 팔까?" 아내는 내 칭찬의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등을 돌려 주방으로 휙~ 사라진다. 코로나 이 녀석아! 나도 마찬가지다. 요즘 내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젊게, 젊게 살다가 2019년 - 가능한 한 늦게, 그러나, 젊게 살다가 죽는 것이 좋다. ​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아버지 조지 H.W.부시의 추도사에서 한 말이다. ​ ​ "그래, 그래! 구태여 늙은 태내지 말고 젊게, 젊게 살다가 죽는 거야." ​ 나는 편히 앉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오른손의 엄지와 중지를 비틀어 ‘딱!’ 소리를 내면서 엉덩이를 좌우로 가볍게 흔들었다. "이렇게 철없이 말이야! ㅋㅋㅋ" ​ 주방에서 아내가 걱정스러운 듯 힐끗 쳐다본다. [나의 傑作選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