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15) 썸네일형 리스트형 아내의 이름은 '마눌님'이다 4. 여기 내 앞에 가까이 있는 여자를 소개한다. 평생 손에 물 안묻혀 살게하겠다고 철썩같이 약속한 나의 여자다. 현재 그녀의 이름은 '아내'도 아니고 '마누라'도 아닌 '마눌님'이다. 내 어찌 감히 백수, 삼식이주제에 '아내', '마누라'로 낮춰 이름을 부를 수 있겠는가? 결혼 첫해엔 '순실'씨 라고 부르다가 첫 아이 낳고는 '지수 엄마'라고 불렀다. 그리고는 세월이 흘러 백수가 된 후에는 철없이 '마누라'라고 불렀다. 내몸의 간덩이가 겁도 없이 쇳덩이처럼 굳어 졌을 때였다. 그 얼마 뒤 '고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hartha) 부처처럼 허울 좋은 내 처지를 스스로 깨달았다. 이때부터 '마누라'를 '마눌님'으로 존칭해서 부르고 있다. 솔직히 처음엔 비위가 조금 상했지만 자꾸 '마눌님'이라고 .. 내가 나를 말한다 3. 나, 법적 연령 83세. 외모 연령 75세. 신체 연령 70세. 마눌님이 보는 내 정신연령 12세. 나 자신이 생각하는 정신연령 52세. 내가 다시 꿈꾸는 정신연령 64세. ........ 온통 헷갈리는 남자 하나, 아직도 세상에 땅 밟고 있다. 이름은 삼시 세끼 삼식이, 또는 백수, 환쟁이. 그리고 현실을 망각하고 매일밤 새파란 청년의 꿈을 꾸는 정신 이상자다. 에고~ 에고~! 자신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뭐, 허긴 세상 사는 게 어떻게 네 뜻대로만 되겠니. 이 모든게 다 네 운명인걸... 고집 따위는 팽개치고 제발 정신 차려라! 인생 말년에 사고 치지 말고 너의 세상 끝나는 날까지 부디 잘해라. 그리고 평생을 궂은일 마다하고 너와 같이 이 자리까지 함께 걸어온 네 마눌님에게도 말이다. 마누라의 외출 "누구 만나러 나가?" "집엔 언제 들어오는데?" "내 밥은?" 외출하려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마누라에게 절대로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남편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마누라에게 물어봤자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마누라의 매서운 눈초리, 자조의 한숨, 일그러진 분노뿐인데 말이다. "내 걱정일랑은 하지 말고 친구들과 마음 편하게 즐겁게 놀다 와요. 사모님" 이렇게 말하면서 내 안면에 방긋방긋 웃는 얼굴을 덧칠해야 한다. 백수, 삼식이 노릇 수삼년에 얻은 나만의 노하우다. 비쌀 이유도 없다. 노하우 공짜로 줄 테니 원하는 사람들 다들 가져라. -- 몇 년 전에 연재했던 중앙일보의 '나의 일러스트 칼럼'이다. 몇 회분 되지 않지만 블로그에 틈틈이 다시 올린다-- 백수와 살림살이 "청소 정도는 나도 할 줄 알아" 백수 주제에 집안일을 온통 마누라가 도맡아 한다는 것이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그래서 솔선해 마누라에게서 청소기를 넘겨받았다. 얼마 안 있어 마누라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일을 부탁했다. "기왕이면 세탁기 돌리는 것도 도와줘' 그래서 세탁물도 넘겨받았다. 어제는 여고 동창생 모임이 있어서 나가야 한다고 마누라는 나에게 전기밥솥을 안겨주면서 밥 짓는 방법을 알려줬다. 큰일이다. 하나 정도는 괜찮았지만 두세 가지 넘게는 부담된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을 나한테 넘길 것인지 두렵다. 이러다 집안 살림 통째로 넘기려는 것은 아닌지? '백수라는 죄'가 참 무섭다. -- 몇 년 전에 연재했던 중앙일보의 '나의 일러스트 칼럼'이다. 몇 회분 되지 않지만 블로그에 틈틈이 .. 아내가 무서워 "야 인마! 넌 아직도 마누라가 무섭니?" "무섭긴" "정말 안 무서워?" "짜샤! 무섭긴 뭐가 무서워?" 나는 마시던 소주잔을 꽝 내려놓고 마주한 친구 녀석에게 확 인상을 긁어 보였다. 사실이다. 마누라가 무섭지 않다. 바가지 박박 긁고 인상 쓰며 토라져도 무서울 게 하나도 없다. 내 비록 지금은 백수 신세지만 내 식구 밥 굶겼어? 입을 옷을 안 사줬어? 살집 없어? 새끼들 공부 가르쳐 다 결혼시켰잖아! 해외여행도 남만큼 다녔잖아! 뭐가 무서워? 대한민국에서 나만큼 사는 것도 행복이란 말이야. 늦은 밤 마을버스에서 내려 이리저리 헛발짓하며 집으러 돌아오는 골목길. 밤하늘 허공에다 마구마구 주먹질 해본다. 이 때만은 마누라를 무서워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용감한 싸나이다. -- 몇 년 전에 연재했던 중앙일보.. 아내 말 잘 듣기 아내가 갑자기 쪽파김치를 담그자고 합니다. 그러더니 나를 보고 재래시장 채소 집에서 쪽파를 사 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나는 군소리를 하지 않고 아내의 명령(?)에 따릅니다. 아내가 가르쳐 준대로 재래시장 안에 있는 채소 집까지 왔습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왔어. 채소 집" "쪽파 한단에 얼마래?" "다듬은 건 8천 원, 안 다듬은 건 4천 원" "그래....?" "어느 것으로 살까?" "다듬은 거, 너무 비싸네..... 안 다듬은 거로 세단만 사" 나, 백수는 아내의 말대로 쪽파 세단에 일만 이천 원을 내고 샀습니다. 채소 집 아주머니는 검정 비닐주머니 두 개에 쪽파 세단을 나눠 담아 나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다듬지 않은 쪽파는 의외로 무거웠습니다. 아마도 뿌리에 흙덩이까지 얹어 있었기 때문일 .. 나 자신이 생각하는 정신연령 법적 연령 82세. 외모 연령 65세. 신체 연령 70세. 아내가 보는 내 정신연령 12세. 나 자신이 생각하는 정신연령 52세. 내가 다시 꿈꾸는 정신연령 65세. 온통 헷갈리는 남자 하나, 세상에 땅 밟고 있다. 이름은 삼시 세끼 삼식이, 또는 백수. 에고~! 이 녀석을 어찌할까? 속 터진다 평생을 꼭두새벽에 일어나 일하던 습관을 하루아침에 뭉갤 수는 없다. 무언가를 책상머리에 앉아 끄적거려야 안정이 된다. 아마도 세상 끝나는 날까지 이 짓?을 해야하지 않을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속 터질지도 모른다. ㅋㅋㅋ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