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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지외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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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 매일 찾아 먹는 남편 촌스러워 365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밥 꼭꼭 챙겨 먹고 출근하는 남자. 아마도 이 세상에 제 남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잘하는 일이지만 가끔은 얄밉기도 하고 어느 때는 무식해 보이기도 합니다. 아파트 이웃집 남편들은 하루종일 피곤한 아내를 위한다고 눈 뜨자마자 아침밥은커녕 곧장 회사로 출근해 커피 한잔 뽑아 먹든가 아니면 회사 앞 노점상에서 김밥이나 토스트 한 조각으로 밥대신 때운다는 데… 사실말이지,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른 새벽부터 눈 비비며 일어나 아침 밥상 차린다는 거 은근히 귀찮은 일 아니에요? ----- 얼레~! 이일을 워째야쓰까이. 시방 야그한 저 아그가 울 메누리 맞소? 시상에나, 시상에나~! 그래도 그렇제, 꼭두새벽부텀 즈그 마누래, 자슥새끼 벌어먹이려..
엄마! 이번 추석엔 시골에 못내려가요. "엄마! 죄송해요. 추석인데도 시골에 못 내려가서... 똘지에 미랑 나랑은 아직도 코로나 백신 2차를 맞지 못했어요. 아버지도 편안하시지요? 다음 주에 백신 2차 맞고 그래서 코로나가 좀 사그라지면 회사에 며칠 휴가 내서 바로 시골에 내려가 뵙게요. 죄송해요." "그려~ 그려라! 죄송하긴 머시 죄송혀? 거, 머시여. 나라에서 백신인가 먼가 맞지 않은 사람끼리는 서로 만나면 위험하다고 난리잖어. 잘 생각혔다. 니들이 내려오면 우리가 신경써서 안되야. 물론 우리 손자 똘지랑, 니 마누래랑 보고자퍼 맴이 짠허지만 근다고 어쩔거시여? 세월이 오살나게 지럴가튼디... 아무튼 잘 생각혔다. 똘지에미도 맴 심란하게 생각허지 말라고 혀라. 써글넘의 시상이 웬수여. 웬수! 그려~ 이만, 전화값 많이 나온게 끊자" "아~..
설거지 잘못했다고 남편 야단치는 며느리 "여보! 이 그릇 좀 보라니까. 미끈미끈한 세제가 씻겨 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묻어 있잖아. 설거지 도와준다고 폼 잡고 말했으면 제대로나 했어야지! 결국 내가 두 번 일하는 거 아니야?" 오메~ 으짠다냐. 며늘아그야! 그려~. 니가 허는 말,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여. 써글넘이 설거지 헌다고 두팔 걷고 나섰으면 깔끔허게 지대로 혔었어야징. 아그야! 우찌대뜬 니 서방 그넘은 욕 묵어싸다. 남자들은 젊으나 늙으나 모다 자신이 설거지하는 거슨 마누래 일 도와주는 거라고 큰소리 팍팍 치면서 껄떡대고 폼잽는 꼬락서니가 참말로 꼴불견이여. 글씨, 요사가튼 시상에 집안 일 가꼬 여자일, 남자일 하나하나 갈라놓는 넘이 어데 있능겨? 집안일은 보는 사람이 아무나 먼저 하믕 되능거시지. 긍께, 이젠 설거지하는 것도 냄자도 ..
앞치마 입은 아들과 사위 누가 더 예쁠까?(36) - 앞치마 입은 아들과 사위, 누가 더 예쁠까요? 오메~! 참말로 요사시러운 질문을 하는구먼 그려. 나가 누가 더 이쁘다고 대답허면 쓰겄소? 아들? 사우? 근디 솔찍히 말혀서 울 아들보다 사우가 입은 앞치마가 훨~ 이쁘구만 그려. 머시여? 정답이라고라? 참말이여? 근디 으짤끄나? 대답 해놓고봉께 쪼까 걸쩍지근허네. 사우네 어르신들이 내가 헌 말을 들으면 머시라 허겟소? 손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즈그 아들은 앞치마가 어울리지 않응께 사우 앞치마만 이쁘다고 꼬셔서 맨날 정지서 설거지만 시켜먹는다고 서운해 헐거시구만... 근디 쪼까 생각해보믄 사우네 어른들 말씀도 틀린 말은 아니여. 나도 그분네들 말씀 이해혀라. 사실, 몇 년전만 같아도 금이야 옥이야 길러 장개보낸 아들이 맨날 앞치마 두르고 정지에서 설거..
심성 고운 아내 만들기, 남편 하기 나름이여! 아들! 집안에 먼일이 있는 거여? 긍께, 똘지 에미랑 쌈박질 한 거 아니냐고 에미가 시방 묻잖여? 평소에 똘지 에미가 저런 말을 하는 여자가 아니잖어? 써글넘! 니들은 우째 한달이 멀다하고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냐? 자기가 델꼬 사는 여편네 입에서 껀덕허면 저런 속창아리 읎는 소리가 나오면 안봐도 뻔한 거시제. 아들! 니한테 문제가 있는 거시여. 냄편이 되가꼬 자그 여편네 하나 맘편히 거두지 못하면 그게 먼 냄편이여? 냄편이란 그 집안의 기둥이여. 기둥이 자그 집안에서 힘아리 딱 줘서 중심잡고 있으면 여편네가 어찌 따따부따 저런 투정을 허겄냐? 아들! 혹시라도 바깥에서 쪼까 기분나쁜 일을 당혔어도 집에 들어와선 암시롱 안한 얼굴맨치로 인상을 펴야 혀. 근디 너맹키로 속창아리 읎시 매일 피곤하다고 안방 침..
남편이 끓여주는 라면이 더 맛있어 대부분의 여자는 말한다. 라면은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끓여주는 게 더 맛있다고. 왜 그럴까? 여자들이 꼼지락거리기 싫어서일까? 흔히들 남자는 라면 끓이기 하나에 생명(?)을 건다고도 한다. 여자들이야, 원래 다이어트에 신경 쓰기 때문에 별로이겠지만 남자들은 오로지 맛에 정성을 모두 쏟는다는 얘기다. 어떻게 끓이면 더 맛있게 끓일 수 있을까? 어떻게 끓이면 한 끼의 영양분으로 충분할까? 나름대로 머리를 싸매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라면 봉지 뒤에 쓰여 있는 레시피 그대로도 끓여보고, 콩나물, 떡국 떡, 치즈, 양파, 대파, 버섯, 심지어는 청양고추 몇 개까지 집어넣었다 빼기를 반복해서 끓여본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최고의 맛 라면 끓이는 방법은 바로, 물, 불, 시간 이 세 가지..
이른 새벽 걷기 운동을 하면서 매주 화요일 오후 1시. '중앙일보'와 '강춘 블로그'에 올리는 '깍지 외할미'의 그림 에세이가 있다. 그 주일에 나갈 일러스트는 항상 마감 며칠 전에 이미 완성해 놓는다. 다만 텍스트(글)만 늘 마감전까지 미완성으로 초조해있다. 그만큼 나에게는 글쓰기가 쉽지 않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드디어 그 골치 아픈 텍스트를 쉽게 쓰는 방법을 찾았다. 다름 아닌 이른 아침 새벽 걷기 운동을 하는 산책길에서 거의 90%는 완성한다는 것이다. 한걸음 두걸음걸으며 내 머리에 이미 그려놓은 일러스트에 텍스트를 얹혀놓는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어 메모란에 생각해낸 텍스트를 문자로 옮긴다. 걸으면서 말이다. 드디어 반환점을 돌아 집 가까이 올 때쯤이면 이번 주에 나갈 '깍지 외할미'의 텍스트는 거의 완성이 되어있다. 참으..
나는 남편 가슴속에 있다? 없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남편과 살짝 다퉜다. 도대체 저 남자 가슴속엔 '나'라는 존재가 있기나 한 걸까? 문득 궁금했다. 어느 날. 나는 남편의 가슴속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어머머? 그이의 가슴속엔 상상이외로 내가 아주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낯이 화끈거렸다. 부부란 서로 '믿음'으로 산다고 했는데... 잠시라도 의심했던 내가 부끄럽기만 하다. ---- 쯧쯧쯧... 지집아가 껀덕허먼 지그 냄편을 의심하고 자빠졌구만 그려. 고로코롬 믿지 못하면 쌔고 쎈 앞날을 어찌 살아갈거여? 참말로 실덕벌덕헌(변덕) 지집아 맞구만 그려. 지집아야! 사람에 대한 의심은 병이여. 그 병이 쌓이면 으뜻게 되는지 아능겨? 내가 봉께 깍지애비는 입이 무거운 냄자여. 냄자가 누구처럼 즈그 마누라 앞에서 촐랑대며 '사랑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