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네 살 남자

자린고비 남편

강 춘 2025. 1.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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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자린고비 남편

 

 

"마누라가 사준다고 할 때 눈 질끈 감고 그냥 입어요"

"나는 괜찮아.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또 새 옷을 사?'

"또, 또 그놈의 세월 타령은...

날씨가 매서운데 지금 입을 변변한 외투가 없잖아"

 

마누라는 수영복이 낡아 새로 한 벌 산다고 백화점 스포츠웨어에 들렀다가

어느 유명 메이커 패딩 매장 앞에서 내 등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신상 롱패딩 한 벌을 꺼내 입어보라고 채근을 한다.

<우와!! 몇십만 단위다. 갑자기 간덩이가 오그라 들었다>

 

"싫어, 싫다니까! 몇 년 전에 산 패딩도 있는데 웬걸 또 산다고..."

'아휴~! 그건 5년전에 산건데 낡았잖아."

옆에 있던 여종업원이 덩달아 부채질을 한다.

"어마~ 잘 어울리세요. 사모님이 사주신다고 하시잖아요. 호호"

 

나는 마누라 성화에 얼른 입었다가 후다닥 벗어던지긴 했지만

신상 롱패딩은 집에 있는 낡은 패딩보다 훨씬~ 더 포근하고 따뜻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몇십만 단위가 어느 개똥이 이름이던가?

언제 세상 '바이~ 바이' 할지도 모르는 8학년의 나.

정신 차리자!!!

 

그러나 결국 신상 패딩은 집으로 돌아오는

쇼핑백안에 나 몰래 점잖게 들어앉아 있었다.

"에구~ 이걸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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