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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의 情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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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숨 쉬어? "그놈의 정이 뭔지" "전생에 우리는 원수지간이었나 봐" "당신과는 정말 안 살아" 결혼 50년 동안 당신은 아마도 수백 번은 더 이런 말을 했잖아. 그런데도 오늘, 우리는 헤어지지 못하고 여전히 아웅다웅하면서 꽁꽁 붙어살고 있네. 그러고 보니 당신은 겉으로만 나를 미워한척했나 봐. ㅋㅋㅋ... "여보, 왜 한숨 쉬어?"
잃어버린 패기 “자기야~! 자기얏!!! 안 들려?” 주방에 있는 마누라가 꽥 소리치는 것 같다. 거실 소파에 정신 놓고 앉아있던 나는 화들짝 놀랐다. 나는 벌떡 일어나 쏜살같이 아내 앞으로 뛰어갔다. “왜요? 무슨 심부름시킬 일이라도 있어요?” "............." 아뿔싸~! 아내의 얼굴엔 이미 화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아~! 이 난관을 어찌 벗어날 수 있을까? 눈 질끈 감고 있는 힘 다해 한바탕 붙어봐? 쯧쯧쯧~! 참아라. 지금 너의 주제를 파악해라. 심술궂은 창조주께선 태초부터 늙은 남자를 요 모양 요꼴로 만들었단다. 이제 어쩔 수 없잖아. 에고~! 불쌍한 남자 녀석아.
창밖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창밖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한참을... 요즘 자주 그런다.
늙음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 좋고 하고 싶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 생전에 두 작가는 이렇게 늙음에 초연했다. 그러면서 온몸으로 늙음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나는 어떠한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라도 철이 들었으면 두 작가의 ‘따라쟁이’가 되자. "내 늙음에 서러워 말자. 지금의 이 나이까지 살아온 게 그게 어딘가. 일에 대한 욕심도 버리자. 이제 더 무엇을 하겠다고..
여든 두살 혹시,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볼때기를 아프게 꼬집어 본다. 내 나이 여든 하고도 두 살. 숫자 1에서 82까지 세려면 숨이 차서 한두 번은 쉬었다 세어야 한다. 그만큼 많은 숫자다. 언제 그 많은 나잇살을 처먹었나 모르겠다. 지나온 세월. 사람답게 살아왔었나? 자식들에겐 아비 노릇 제대로 한 것일까? 아내에겐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이라도 했었나? 그리고... 에고~! 후회는 집어치우자. 그저 이것저것 인생의 죄인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저승사자에 끌려가도 항거하고 뿌리치진 않겠다. 이만큼 살아온 것도 너무 감지덕지하다. 더 이상의 바램은 추할뿐이다.
설거지를 한다 인마! 팔십고개, 그 나이에 마누라 옆에 붙어 있으려면 음식이 짜네, 싱겁네 투정 부리지 마. 그리고 국이나 찌개 국물을 식탁에 질질 흘리지도 말고... 마누라가 짜증 나면 국도 찌개도 없는 마른반찬을 줄 수도 있단 말이야. 밥 먹고 나서 물도 네가 직접 따라 먹어. 사람은 제 분수를 알아야 해. 지금 네 위치가 마눌에게 물심부름시킬 자리가 아니라는 걸 왜 모르니? 설거지? 누가 하냐고? 인마! 그걸 말이라고 해? 밥숟갈 놓자마자 마누라 눈치 보지 말고 얼른 빈 그릇 챙겨 개수대에 집어넣고 수세미에 세제 묻혀 깨끗하게 설거지 마무리한다는 거 정말 몰라서 묻는 거니? 나는 오늘도 혼자서 자문자답을 하고 있다. 그리고는 즉시 설거지 실행에 들어간다. 그래서 '알아서 미리 긴다'라는 말이다. 참으로 똑똑한 놈..
어느 '도둑놈'씨 때문에... "여보! 요즘 나 많이 늙어 보이지?" 아내는 밥을 먹다 말고 식탁에 수저를 내려놓더니 불쑥 나에게 묻는다. 엉?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난데없이 왜 이런 질문을 할까? 뭐라고 대답해야지? 아~! 뭐라고 대답해야지? "왜 늙는 게 싫어?" "나보다는 젊어 보이는데" "늙다니? 어떤 놈이 그래?" 나는 대답 대신에 아내에게 지청구만 마구 던졌다. 아내는 지지않고 다시 묻는다. "아직도 몰라? 어느 '도둑놈'씨 때문이잖아" "엉???" 순간 내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올랐다. 왜 달아 오를 까? 왜 달아 오를 까?
그 놈의 情때문에... 푸팅 된 컴퓨터에 '포토샵'을 열어놓고 그림을 그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러나 그것은 오직 마음뿐. 거의 한 달 동안을 빈 컴퓨터 화면만 멍 때리고 있었다. 기력이 쇠진해진 것이다. '코로나19' 확진 후유증. 남들은 모두 거뜬히 치렀다지만 나는 심한 기침과 가래로 몸을 잘 가누지 못했었다. 팔십이 넘은 나이 탓이었다. 다행이랄까? 요 며칠, 기침이 뜸해지고 가래는 없어졌다. 다시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잖아" 나는 켜진 컴퓨터에 마우스를 또 잡는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끈질긴 생명력에 고마워하면서 새 연재에 골돌 한다. ------------- "그놈의 情 때문에..." 이번 연재는 내 평생 그렸던 '부부' 이야기를 추려 하나로 묶어 새로운 그림체로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건강..